국가부도의 날(Default)는 우리나라의 1997년 외환위기, 흔히 우리가 IMF라고 부르는 시대를 배경으로 만든 영화다.
1997년 11월 5일 미국 월스트리트 모건스탠리 본사, 동아시아 사업부에서 한 통의 메일이 발송된다. 내용은 모든 투자자에게 한국에서 떠나라는 경고였다.
그리고 11월 15일 원달러 환율은 792원, 종합주가지수는 583.8, 외환보유고는 158억 달러를 유지하고 있었다. 영화에서는 이런 사실들을 보여주면서 밥그릇을 만드는 작은 중소기업 사장 갑수(허준호)를 보여준다. 그리고 주인공 윤정학(유아인)이 고려종금 신입사원 연수교육을 진행하는 모습이 나온다.
윤정학은 신입사원들을 이끌고 연수원으로 가는 버스에 있다. 신입사원들에게 다른 회사에 가지 말라고 하자 누군가 선물이 없냐고 되묻는다. 그러자 윤정학은 당연히 있다면서 돈봉투를 꺼낸다. 국가 부도 이전의 한국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경제가 좋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신입사원들에게 돈을 주는 회사들도 있었다.
윤정학은 신입사원들을 보내고 혼자 버스에 앉아 외국 투자사에게 전화를 건다. 이유는 바로 외국에서 한국에 대한 투자금을 회수한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그러나 제대로 사정을 듣지도 못하고 전화는 끊긴다.
한편 라디오에서는 사연 방송이 나오고 있었는데 갑자기 회사가 망하거나 월급이 밀려서 힘들다는 하소연이었다. 이 내용을 듣고 윤정학은 무언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낀다. 버스 기사에게 라디오 방송국으로 가달라고 말한 뒤 방송국에서 사연으로 받은 엽서들을 모두 모아서 나간다.
다른 곳에서는 한시현(김혜수)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이 한국은행 총장(권해효)에게 외환 위기가 닥칠 것이라며 경고한다. 위급한 상황이 시작되었으니 한시바삐 대비를 해야 된다고 하는데 총장은 우왕좌왕 혼란에 빠진다. 그래도 한시현 팀장의 빠른 대응으로 경제부 장차관 인사들을 소집하고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한다.
1997년 외환 위기는 해외 투자자들이 갑자기 투자금을 빠르게 회수하면서 발생한 문제였다. 동남아시아에서 투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한 외국 투자기관들의 행동으로 미리 대응할 수 있었지만 한국 정부에서는 안일하게 방치하고 있었다.
결국 외국 투자자들이 돈을 갖고 나가면서 원, 달러 환율이 상승하기 시작했고 이를 막기 위해서 국가에서 보유하고 있던 외화 보유금(달러)을 투입하였다. 그러나 이마저도 한계가 있었고 결국 며칠 지나면 정부가 보유한 외화 보유금이 없어질 상황이었다.
한시현은 이 사실을 하루빨리 국민들에게 알리고 대책을 논의하자고 말한다. 하지만 재정국 차관(조우진)은 절대 이 사실을 알리면 안 된다며 반대한다. 한시현은 국민들이 알아야 되는 권리가 있다고 하지만 차관은 위험을 알리면 혼란만 가중된다며 끝까지 숨기자고 한다. 결국 차관의 말대로 이 사실은 숨기고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한다.
한편 윤정학은 라디오 사연을 듣고 회사를 나가기로 결심한다. 사표를 상사에게 제출하자. 어이가 없었는지 화를 내며 지난 석유 파동으로 위기가 닥쳤을 때도 나갔던 사람들이 후회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윤정학은 자신의 결정을 고수하며 사표를 쓰고 나간다.
그렇게 고려종금을 나온 윤정학은 자신이 영업하면서 알게 되었던 개인 투자들에게 연락하여 투자 설명회를 연다. 현재 대한민국 상황이 정부와 은행이 대출을 너무 쉽게 해 주었고 회사들은 이 빌린 돈으로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하였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렇게 확장된 사업 중 하나가 망하면서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지고 결국 차례대로 무너질 것이라고 말한다. 한 마디로 국가 부도가 발생한다는 이야기다.
무슨 음모론 같은 허무맹랑한 이야기에 설명회를 듣던 투자자들 대부분은 떠난다. 그러나 노신사(송영창), 오렌지(류덕환)는 윤정학에게 돌아와 그의 이야기를 믿고 투자하기로 결심한다. 회사를 운영하던 갑수는 대형 백화점에서 자신의 그릇을 납품하자는 제의를 받게 된다.
갑수에게 납품을 의뢰한 미도파 백화점의 담당자는 고려종금에서 대출을 신청한다. 은행에서 발행한 어음 5억 5천만 원을 담보로 새로운 대출을 신청한다. 그리고 바로 순식간에 어음만큼의 돈을 그대로 대출해준다.
백화점 담당자는 갑수에게 가서 그릇 납품 거래 계약서를 건넨다. 그리고 대금 지불을 어음으로 하자고 제안한다. 갑수는 현금 거래만 한다며 거절하려고 하자. 옆에 있던 동료가 왜 그러냐며 설득한다. 담당자도 요즘 누가 현금 거래하냐며 어음으로 거래하자고 계속 말한다. 결국 갑수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거래를 성사시킨다.
그렇게 계약을 완료한 갑수는 집에 기쁜 마음으로 돌아와 아내에게도 이 사실을 알린 갑수는 앞으로 미래가 밝을 것이라며 기대한다.
그런데 재정국 차관은 재정국 실장과 함께 일성 그룹 회장의 막내아들과 만난다. 이유는 바로 앞으로 닥칠 경제 위기에 대한 경고 때문이다. 그렇게 외부에 발설하지 말라며 은폐를 지시했던 재정국 차관은 재벌 그룹 2세에게 앞으로 외환 위가 닥칠 것이라며 경고한다. 왜 그런 사실을 자신에게 알리냐며 재벌가 아들이 묻자. 같은 학벌 선후배 사이니까 상부상조하는 것이라며 능청스럽게 넘어간다.
한시현 팀장은 은행을 돌아다니며 금융 감독을 시작하고 현재 상황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조사를 하면 할수록 심각한 상황을 알게 된 한시현 팀장은 걱정한다.
윤정학은 투자자들과 함께 달러를 사러 돌아다닌다. 곧 주가가 떨어지면 달러 환율이 올라갈 것이라며 최대한 사들인다. 달러 판매자들은 환율이 그렇게 오르려면 국가가 망해야 된다며 어이없어한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외환 위기가 시작되고 뉴스에서 보도가 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하면서 주가는 떨어지고 달러 환율이 급상승한다.
뉴스에서는 아시아 통화 위기가 전파되면서 태국을 시작으로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홍콩을 거쳐서 한국까지 영향을 주었다는 분석을 보도한다.
결국 갑수가 계약했던 밥그릇 납품도 문제가 생긴다. 미도파 백화점이 문을 닫으면서 납품이 없던 일로 된 것이다. 문제는 납품을 위해 그릇을 제작하려고 구매한 재료들이다. 이미 생산에 돌입하여 매일 그릇을 만들고 있었는데 한순간에 쓸모없게 되었다. 더군다나 어음으로 계약을 했기 때문에 더 이상 계약금도 받을 수 없게 되었다. 갑수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에서도 이 사실을 알고 담당자를 찾아가지만 결국 허탕만 친다.
미도파 백화점뿐만 아니라 다른 대기업들도 줄도산하기 시작한다. 정부에서는 하루에 수 십 곳의 회사들이 문을 닫기 시작한다. 그리고 대기업 중에서도 상위권에 있던 대우가 위험에 빠진다. 한강 다리에서는 외환 위기 때문에 자살을 하는 사람들도 생긴다. 매일 뉴스에서는 기아, 해태제과 등 유명 기업들이 부도를 하거나 법정 관리에 들어간다.
이런 상황에서 윤정학은 달러 환율 상승으로 높은 차익을 본다. 자신이 일했던 고려 종금에 가보니 주가가 곤두박질쳐서 투자자들이 회사까지 와서 난장판이 벌어졌다. 그런 심각한 상황에서 오렌지에게 웃지 말라며 경고한다.
재정국에서는 이런 상황을 타파하기 위한 대안으로 IMF 국제통화기금에게 구제 금융을 요청하자고 한다. 그러나 한국은행 총재와 한시현은 다른 방안을 검토하자며 반대한다. 그렇게 둘은 의견 대립을 한다.
하지만 재정국 차관은 국가 부도가 일어나길 바란다. 나라가 뒤집혀야 경제 구조를 한 방에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몰래 IMF 총재를 몰래 입국시키도록 지시한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윤정학은 달러로 번 돈을 부동산에 투자한다. 갑자기 돈이 필요해진 사업가들은 어쩔 수 없이 급전을 마련하기 위해 부동산을 매매한다. 그러나 수요보다 공급이 늘어나면서 시세의 70% 가격에 거래가 된다. 이를 예견한 윤정학은 부동산에 미리 지시하고 알짜배기 부동산을 모두 사들인다.
이런 경제 위기 속에 뉴스에서는 국민들이 외제 향수, 해외여행 등 사치와 낭비 때문이라는 분위기로 보도를 시작한다. 정부에서 시켰는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이번 외환 위기가 국민들 잘못인 것처럼 거짓 보도를 한 것이다.
정부에서는 IMF 총재를 불러서 협상을 시작한다. 언론에는 그런 사실이 없다며 거짓말을 한다. 하지만 뒤에서는 이미 IMF 총재(뱅상 카셀)와 이야기를 나누고 구제 금융을 받기로 한다.
하지만 IMF 측의 제안은 대한민국 경제에 너무 가혹했다. 외국에 대한 자본 시장 개방,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시작으로 이전에 없었던 비정규직(계약직)이 생긴다. 그리고 재벌 중심으로 다시 재편되어 양극화 현상이 발생한다. 이런 사실을 예측한 한시현 팀장은 반대를 한다.
그러나 재정국 차관과 정부 인사들에게 부딪혀 협상에서 쫓겨난다. 차선책으로 언론에 이 사실을 알리기로 하지만 정부에서 막아서 결국 제대로 알리지도 못한다.
한편 갑수의 동료는 빚 때문에 경찰에서 잡혀 들어간다. 그리고 갑수가 거래하던 다른 사장은 갑수에게 힘내라며 응원했었지만 결국 자신의 옛 집에서 자살한 채로 발견된다. 그 집을 바로 윤정학이 구매하면서 예전 집주인의 시체를 발견한다.
갑수의 아내도 정규직에서 결국 명예퇴직을 권유받거나 비정규직 전환을 제안받는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물과 전기를 아껴 쓰자는 교육을 한다.
그런 상황에서 갑수는 괴로워하며 자살을 시도하지만 아내와 자식 때문에 포기한다. 그리고 마지막 수단으로 여동생을 찾아간다. 여동생이 바로 한국은행 한시현 팀장이었다. 자신의 처지를 말하며 한 번만 도와 달라고 부탁한다.
한시현의 자신의 차에서 오빠의 처지를 비관하며 눈물을 흘린다. 결국 1997년 12월 3일 한국은 IMF 협상안을 받아들여 구제 금융을 받고 IMF의 관리 체제를 받는다.
이때 실업자 130만 명 이상, 자살률 전년 대비 42% 증가했다. 그러나 국민들이 금 모으기 운동을 하였고 다음 해 1월부터 4월까지 모인 금이 무려 22억 달러 값어치였다. 그렇게 국민들이 모은 금은 기업들의 부채(빚)를 갚는 데 사용되었다.
20년 후 윤정학은 JH홀딩스라는 투자회사의 회장이 되었다. 그와 같이 다녔던 오렌지도 이사가 되어 투자를 계속하고 있었다. 윤정학은 안 속는다며 정부에 대한 불신을 말한다.
그리고 갑수의 아들이 면접을 보러 간다. 아버지 갑수와 아들이 통화하면서 갑수는 누구도 믿지 말고 자신만 믿으라며 아들에게 말한다. 그리고 자신의 공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빨리 일하라고 다그친다. IMF 이전에는 한국인 노동자들이 서로 사이좋게 일했는데 20년이 지나 외국인 노동자들이 자리를 채우게 되었다.
갑수의 아들은 베스트 금융 투자 회사에 면접을 보러 갔는데 이 회사가 IMF 당시 재정국 차관이 만든 회사였다. 일성 그룹 아들에게 국가 부도를 미리 경고한 대가로 이렇게 회사를 차릴 수 있었다. 재정국 차관과 실장은 이제는 일성 그룹 회장이 된 막내아들과 다시 만나 덕담을 나눈다. 그러면서 재정국 차관은 여전히 밉상스럽게 국민을 개, 돼지로 보는 발언을 서슴지 않게 말한다.
한편 한시현 팀장은 한국은행을 나와 경제 연구소를 차렸다. 그런데 정부에서 사람을 보낸다. 곧 새로운 경제 위기가 닥칠 것을 암시하며 한시현 팀장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앞으로 부동산 시장 붕괴 등 경제 위기에 대한 암시를 하며 영화는 끝난다.
국가부도의 날은 한국 최초로 1997년 외환위기를 다룬 영화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과 영화적 허구가 적절히 섞여있는 작품이다. 김혜수, 유아인, 권해효, 허준호 등 배우들의 연기는 흠잡을 때 없다. 영화에서는 좀 더 극적인 연출을 위해서 각색하였다.
대표적으로 영화에서는 한국 정부가 국가 부도 위기를 1주일 전에 인지했지만 실제로는 몇 달 전에 알고 있었다. 그리고 영화에서는 정부가 IMF 구제 금융에 찬성하고 한국은행이 반대한다. 그러나 실제 역사에서는 반대다. 한국은행이 IMF 구제 금융을 찬성했고 김영상 정부에서는 반대했다.
이런 사실 외에도 여러 가지 실제 역사와 허구가 뒤섞여 있다. 그럼에도 사실처럼 잘 만들어진 영화이며 1997년 외환 위기로 겪은 사회 문제와 고난이 잘 표현되어 있다.
국가 부도의 날에서는 갑수라는 중소기업 사장, 유아인 같이 신분을 바꾸고자 과감하게 모든 것을 걸었던 윤정학, 그리고 재정국 차관처럼 대기업에 빌붙어서 자신의 이익만 좇던 그런 인물들이 잘 만들어졌다.
영화를 보면서 그 시절 경험했던 사람들은 많이 공감할 것이다. 문제는 영화 내용이 정말 어둡기 때문에 계속 보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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